한라산 안개 속에서 길을 잃을 뻔했던 그 10분
갑자기 앞이 안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한라산 성판악 코스를 걷던 중이었습니다. 진달래밭 대피소를 지나 정상 부근으로 향하던 그 순간, 주변 시야가 갑자기 5미터 앞도 분간이 안 될 정도로 줄어들었습니다. 처음에는 금방 걷힐 거라고 생각하고 계속 걸었지만, 방금 지나온 이정표가 안개에 가려 보이지 않으면서 진행 방향을 확인하는 게 점점 어려워졌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안개, 왜 산에서는 이렇게 무서운가 일반적으로 안개는 그냥 시야를 조금 가리는 정도로 생각하기 쉽지만, 산악지역에서는 기상 변화에 따라 짧은 시간 안에도 시야가 크게 감소할 수 있습니다. 특히 한라산처럼 고도 변화가 크고 해양성 기후의 영향을 받는 산은 능선과 정상부에서 안개가 유독 빠르게 짙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안개가 짙어지면 주변 지형과 등산로를 식별하기 어려워지고, 시야가 제한된 상태에서 무리하게 이동하면 길을 잘못 선택하거나 탐방로를 이탈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저도 그 순간 이 사실을 몸으로 체감했습니다. 방향 감각이라는 게 눈에 보이는 지형지물에 크게 의존한다는 걸, 그게 갑자기 사라졌을 때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그 순간 제가 한 선택 저는 그 자리에서 멈췄습니다. 배낭에서 등산지도를 꺼내 마지막으로 확인했던 이정표 위치부터 다시 짚어봤고, 무리하게 앞으로 이동하는 대신 현재 위치를 확인하면서 이동 여부를 판단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습니다. 국립공원공단 탐방안전 정보에서도 산행 중 시야가 급격히 나빠질 경우, 현재 위치를 확인하면서 이동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할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출처: 국립공원공단). GPS만 믿었다가는 안 되는 이유 등산지도와 GPS는 분명 유용한 도구입니다. 하지만 배터리 상태나 기기 오류 등에 대비해, 주변의 공식적인 이정표와 탐방로 표시도 함께 확인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날 이후 저는 이렇게 준비 습관을 바꿨습니다. 산행 전 기상정보와 함께 안개 예보 확인하기 등산지도 앱 외에 종이 지도나 오프라인 지도 다운로드해두...